<지독한 하루 - 남궁인>

<지독한 하루_남궁인 / 문학동네>

- 심폐소생술이란 인간의 심장을 밖에서 누르는 행위다. 심장이 자발적으로 멈추었을지라도,

그것을 타인이 인위적으로 힘껏 누르면 심장의 기능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다.

인체의 혈액을 억지로 순환시키는 그 상황에서, 심장이 자발적으로 멈춘 원인을 알아내고

교정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도 있다.

이렇게 되면 살아났다고 표현할 수 있다.

-p 9

- "가장 선한 자들은 모든 신념을 잃고, 반면 가장 악한 자들은 격정에 차 있다."

-p 46

- 죽음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냐고요......

음, 일단 두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.

애초에 의학은 과학입니다. 과학에선 모든 것이 수치화되고, 도식화되며, 계량화되어야 합니다.

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.

유사시부터 수많은 의학자들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실제 결과를 대조하며 연구해왔습니다.

그 결과 현대 의학은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.

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, 현대 의학의 첨병이 되어 바라보면 죽음은 지극히 평등합니다.

-p 153

- 심정지가 일어난 사람에게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.

여기서는 어떠한 우연도 없다.

현대 의학과 심폐소생술이 없었더라면 심정지는 죽음과 동의어였을 것이다.

하지만 의사가 눈앞에서 목격했다면, 심정지를 되돌릴 수 있다.

환자에게 고약한 기저 질환이나 도저히 돌아오지 못할 사유가 있지 않는 한,

적어도 당장 목숨을 잃게 하지는 않는다.

그리고 일단 생명의 끝을 붙잡아놓은 의사에게는 

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남은 삶에 대한 고뇌가 필연적으로 이어진다.

-p 226